버스킹 하던 청년이 예배자로… 삶의 현장이 교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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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민일보|
작성일2020-07-08 |
조회조회수 : 4,1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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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있는 곳 찾아가 예배… 서울 ‘움직이는교회’
김상인 움직이는교회 목사(오른쪽 네 번째)와 청년 성도들이 지난 3일 서울 마포구의 교회 모임 공간 무빙시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움직이는교회는 2년여간 매주 금요일 홍대에서 청년들을 만나는 리얼라잇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서울 마포구 움직이는교회(김상인 목사)는 교회 건물이 없다. 주일예배는 마포구 레드빅스페이스 공연장에서 드린다. 대신 이들은 움직인다. 금요일 밤 홍대 거리부터 각자의 일상까지, 필요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캠핑 의자를 펼치고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다. ‘교회로 살면 교회는 개척된다.’ 올해로 개척 3년 차를 맞은 움직이는교회의 슬로건이다.
김상인(40) 목사는 경기도 성남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 청년부에서 사역하다 2018년 3월 홍대 거리로 왔다. ‘강도 만난 청년’을 지나치지 않고 직접 찾아가는 교회가 되자는 마음으로 현장에 왔지만, 개척은 쉽지 않았다. 6개월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홍대 거리를 지켜보고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밤새 버스킹하느라 배고픈 청소년에겐 라면을 끓여줬고 난로와 캠핑 의자를 마련해 춥고 쉴 곳이 필요한 청년의 쉼터가 돼줬다. 김 목사는 “홍대에 온 친구들의 필요를 채워줬을 때 이들이 우리의 ‘새벽 성도’가 됐고, 우리도 교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상인 움직이는교회 목사와 성도가 지난 1월 24일 설을 맞아 홍대 거리에서 떡국을 나눠주고 있다. 움직이는교회 제공
지금까지 매주 금요일 이어오는 홍대 현장사역을 이들은 리얼라잇(real light)이라 부른다. 리얼라잇 사역을 전담하는 천서진(28) 선교사는 “홍대가 화려한 불빛으로 밤새 밝게 빛나지만, 아침이 오면 그 빛이 진짜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며 “‘진짜 빛’이신 예수님을 이 땅에 비추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들어진 사역인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한 여파도 컸다. 클럽은 문을 닫고 버스킹은 금지되면서 기존 사역은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사역 자체는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거나 버스킹을 하는 등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비가 내리던 지난 3일 자정엔 천 선교사와 김 목사, 10여명의 성도가 거리 대신 홍대 인근 상가 지하에 있는 교회의 모임 공간 ‘무빙시티’에 모였다. 이들은 칠판에 고철 줍는 할머니, 타코야키 아저씨, 매주 술에 취해 찾아온 청년 등 지금까지 리얼라잇에서 만난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만나는 가운데 하나님 나라의 한 가족임을 기억하며 대할 수 있게 하시기를 원한다”며 함께 기도했다.
움직이는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청년 성도들의 자발성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금요일 자정에 모이며 직접 사역을 계획하고 실천한다. 이세준(30) 선교사와 일부 청년 성도는 리얼라잇 사역에 앞서 오후 7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복음을 선포한다.
이는 교회의 사역뿐만 아니라 삶의 영역에도 적용된다. 교회는 청년들의 일상을 교회로 세우는 ‘일상교회 개척스쿨’을 운영한다. 절반 이상의 성도가 일상교회 개척스쿨에서 훈련받고 도시제자, 호흡하는교회 등 각자의 삶에 교회의 이름과 사명을 정해 살아가고 있다. 일상교회 개척스쿨 사역을 돕는 권민정(28)씨는 “모두가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교회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며 “움직이는교회 안에 있지만, 교회의 DNA를 갖고 믿음의 바통을 이어받아 각자의 삶에서 교회를 개척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마포구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일상교회 개척스쿨 수료식에서 청년 성도들이 자신의 일상교회 이름이 적힌 바통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움직이는교회 제공
공동숙소, 무빙시티, 크리에이터하우스 등 교회가 마련한 공간은 청년들이 일상교회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서울 마포구에 마련한 형제자매 공동숙소는 주거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머물며 매일 예배와 묵상을 나눈다. 자매 숙소에 사는 이향경(23)씨는 “매일 술을 마시고 힘들었던 시기에 교회와 숙소를 만나게 됐는데 치유는 물론 복음까지 만나는 은혜를 경험했다”며 “이곳에 살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고, 일상교회까지 개척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가 ‘청년들의 놀이터’라 부르는 무빙시티는 교회의 도시선교센터이자 문화공간이다. 빔프로젝터가 설치된 메인 공간과 기도나 공연 연습 등을 할 수 있는 마루방, 테이블 공간과 복층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 문을 연 크리에이터하우스는 ‘창조주를 나타내는 창작자’로서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재생산하기 위한 작업공간이다.
김 목사는 “청년 스스로가 교회가 돼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리스도인답게 최선을 다해 살아갈 때, 복음이 그 주변의 청년들에게 전해질 수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며 “다양한 모습의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삶과 필요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김상인 움직이는교회 목사(오른쪽 네 번째)와 청년 성도들이 지난 3일 서울 마포구의 교회 모임 공간 무빙시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움직이는교회는 2년여간 매주 금요일 홍대에서 청년들을 만나는 리얼라잇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서울 마포구 움직이는교회(김상인 목사)는 교회 건물이 없다. 주일예배는 마포구 레드빅스페이스 공연장에서 드린다. 대신 이들은 움직인다. 금요일 밤 홍대 거리부터 각자의 일상까지, 필요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캠핑 의자를 펼치고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다. ‘교회로 살면 교회는 개척된다.’ 올해로 개척 3년 차를 맞은 움직이는교회의 슬로건이다.
김상인(40) 목사는 경기도 성남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 청년부에서 사역하다 2018년 3월 홍대 거리로 왔다. ‘강도 만난 청년’을 지나치지 않고 직접 찾아가는 교회가 되자는 마음으로 현장에 왔지만, 개척은 쉽지 않았다. 6개월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홍대 거리를 지켜보고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밤새 버스킹하느라 배고픈 청소년에겐 라면을 끓여줬고 난로와 캠핑 의자를 마련해 춥고 쉴 곳이 필요한 청년의 쉼터가 돼줬다. 김 목사는 “홍대에 온 친구들의 필요를 채워줬을 때 이들이 우리의 ‘새벽 성도’가 됐고, 우리도 교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상인 움직이는교회 목사와 성도가 지난 1월 24일 설을 맞아 홍대 거리에서 떡국을 나눠주고 있다. 움직이는교회 제공
지금까지 매주 금요일 이어오는 홍대 현장사역을 이들은 리얼라잇(real light)이라 부른다. 리얼라잇 사역을 전담하는 천서진(28) 선교사는 “홍대가 화려한 불빛으로 밤새 밝게 빛나지만, 아침이 오면 그 빛이 진짜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며 “‘진짜 빛’이신 예수님을 이 땅에 비추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들어진 사역인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한 여파도 컸다. 클럽은 문을 닫고 버스킹은 금지되면서 기존 사역은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사역 자체는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거나 버스킹을 하는 등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비가 내리던 지난 3일 자정엔 천 선교사와 김 목사, 10여명의 성도가 거리 대신 홍대 인근 상가 지하에 있는 교회의 모임 공간 ‘무빙시티’에 모였다. 이들은 칠판에 고철 줍는 할머니, 타코야키 아저씨, 매주 술에 취해 찾아온 청년 등 지금까지 리얼라잇에서 만난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만나는 가운데 하나님 나라의 한 가족임을 기억하며 대할 수 있게 하시기를 원한다”며 함께 기도했다.
움직이는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청년 성도들의 자발성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금요일 자정에 모이며 직접 사역을 계획하고 실천한다. 이세준(30) 선교사와 일부 청년 성도는 리얼라잇 사역에 앞서 오후 7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복음을 선포한다.
이는 교회의 사역뿐만 아니라 삶의 영역에도 적용된다. 교회는 청년들의 일상을 교회로 세우는 ‘일상교회 개척스쿨’을 운영한다. 절반 이상의 성도가 일상교회 개척스쿨에서 훈련받고 도시제자, 호흡하는교회 등 각자의 삶에 교회의 이름과 사명을 정해 살아가고 있다. 일상교회 개척스쿨 사역을 돕는 권민정(28)씨는 “모두가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교회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며 “움직이는교회 안에 있지만, 교회의 DNA를 갖고 믿음의 바통을 이어받아 각자의 삶에서 교회를 개척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마포구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일상교회 개척스쿨 수료식에서 청년 성도들이 자신의 일상교회 이름이 적힌 바통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움직이는교회 제공
공동숙소, 무빙시티, 크리에이터하우스 등 교회가 마련한 공간은 청년들이 일상교회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서울 마포구에 마련한 형제자매 공동숙소는 주거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머물며 매일 예배와 묵상을 나눈다. 자매 숙소에 사는 이향경(23)씨는 “매일 술을 마시고 힘들었던 시기에 교회와 숙소를 만나게 됐는데 치유는 물론 복음까지 만나는 은혜를 경험했다”며 “이곳에 살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고, 일상교회까지 개척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가 ‘청년들의 놀이터’라 부르는 무빙시티는 교회의 도시선교센터이자 문화공간이다. 빔프로젝터가 설치된 메인 공간과 기도나 공연 연습 등을 할 수 있는 마루방, 테이블 공간과 복층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 문을 연 크리에이터하우스는 ‘창조주를 나타내는 창작자’로서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재생산하기 위한 작업공간이다.
김 목사는 “청년 스스로가 교회가 돼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리스도인답게 최선을 다해 살아갈 때, 복음이 그 주변의 청년들에게 전해질 수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며 “다양한 모습의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삶과 필요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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