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교회 넘어 사회 기여 지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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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기독교서회, 130돌 맞아 내일 한글 보급 심포지엄
서진한(왼쪽) 대한기독교서회 사장과 김흥수 기독교사상 편집주간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서회 사옥에서 기독교의 한글 보급 역할을 소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를 넘어 한국사회 안에서의 기여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기독교는 게토처럼 갇혀 있으면 안 됩니다. 교회 안의 언어로 우리만 알뿐 사회는 모르는 언어로는 문서선교의 사명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대한기독교서회(서회)가 130주년 역사를 돌아보며 한글 보급 심포지엄을 여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서회 사옥에서 만난 사장 서진한 목사는 교계 밖에서 특히 지식 사회와 통하는 언어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서회는 1890년 6월 문서선교를 위한 연합기관으로 설립됐다. 선교사들에 의해 ‘죠션셩교셔회’로 명명됐다. 일제 강점기엔 조선예수교서회, 해방 무렵엔 조선기독교서회, 정부 수립 이후엔 현재의 대한기독교서회 이름을 유지하며 130여년간 1만종 이상의 책을 냈다. 찬송가 교리집 신앙서적 신학교재 발간에 주력했고, 설립 초기엔 신앙서 뿐만 아니라 수학 역사 지리 문학 보건 의학 등의 서적을 한글로 집중 발간했다.
일반 분야를 통틀어 국내 최고(最古) 출판사인 서회가 5일 서울 중구 구세군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 간행물’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연다. 설립 무렵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서회가 펴낸 한영자전, 여성·아동도서, 교양·문학도서, 보건·의학도서의 한글 보급 역할에 관해 교계 외부 전문가인 국어국문학자와 의대 교수 등이 조명한다. 한글 대중화의 핵심에 기독교, 특히 서회의 책들이 있음을 주목하는 내용이다.
서 사장은 “세종대왕 한글 창제 이후 수백년간 한글은 그저 아녀자들과 중·하층민이 사용하는 비주류 언어였다”면서 “그랬던 한글이 나라를 잃은 지 30년이 지나지 않아 겨레의 주류 언어가 됐다. 일본 제국주의가 이를 두려워해 한글 사용을 강압적으로 금지할 정도였다”고 했다. 불과 30년 만에 한글이 대중의 확고부동한 언어로 자리 잡은 데는 한글 성경의 보급과 더불어 한글 출판의 원칙을 고수한 서회의 다양한 책이 역할을 했음을 이야기한다.
제임스 게일 선교사가 주도한 한영자전의 판본들.
김흥수 기독교사상 편집주간은 “특히 1897년 서회가 선보인 제임스 게일 선교사의 한영자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전이 언어를 통해 두 문명의 교류를 담는 것이라고 할 때, 한영자전은 조선에 서구 문물을 소개하는 장이었다. 게일 선교사가 주시경 선생의 도움을 받아 유일신 명칭으로 우리 고유어인 ‘하나님’ 용어를 정립시킨 것도 이 사전에서다. 서 사장과 함께 인터뷰에 응한 김 주간은 “게일의 한영자전은 1897년에 초판, 1911년에 2판, 1931년 3판엔 한영대자전으로 확대 발간하는데 8만개 이상의 단어를 담았다”고 밝혔다.
서회는 한글이 대중화되고 보편적 언어로 거듭나는 과정에서의 기독교 역할을 지속해서 조명할 계획이다. 서 사장은 “교회 현장과 신학을 연결하는 본업을 넘어, 청년층과 안 믿는 사람들의 삶에도 가닿는 책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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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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