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위기대응 협력, 아이티 피랍 한인선교사 부부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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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기관리재단이 전한 막전막후
외교부는 12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 지역에서 지난달 갱단에 납치된 한국인 선교사 부부 등 5명이 지난 10일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포르토프랭스에서 시위대가 정부를 향해 ‘갱단 지원을 중지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AP뉴시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지난달 25일 새벽 아이티에서 한인 선교사가 납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이 떠올랐다. 당시 샘물교회 성도 23명은 탈레반에 피랍돼 2명이 희생됐고 나머지 21명은 40여일 만에 풀려났다. 제2의 아프간 사태는 막아야 했다. 위기관리재단은 신속히 움직였다. 아이티 현지 선교사와 단체 등이 참여하는 위기대응팀(CMT)을 꾸렸다.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와는 현지 정보를 공유했고 피랍단체를 자극하지 않도록 언론보도 자제도 요청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 지역에서 괴단체에 납치된 한국인 선교사 부부와 미국계 한국인 부부, 아이티 현지 목사 등 5명은 지난 10일 정오쯤 수도 외곽 지역에서 무사히 석방됐다. 이들은 수도 외곽 지역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갱단에 납치됐었다. 16일 만에 이들이 풀려날 수 있었던 데는 협업의 힘이 컸다.
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은 13일 “아이티선교협의회(아선협) 관계자와 우리 재단의 지역별 네트워크인 아이티 코디네이터, 미주·라틴 국제코디네이터 등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며 “‘선교사 위기관리 표준정책 및 지침서’ 중 납치 상황과 관련된 내용을 발췌해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아프간 사태 이후 선교사 안전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전문가 강의 등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 2015년 지침서를 만들었다.
대화방에서 공유한 내용에는 CMT 구성, 정보 공유, 납치단체의 정보 파악, 협상 전문가와 통역사 확보, 정부 보고 시점과 내용, 파송교회(단체)·가족 통보 시점과 유의사항, 언론보도 시점 등 지침이 담겨 있다.
외교부, 문체부 등 정부와도 소통했다. 외교부는 아이티 경찰청에 대책 마련을 요청한 상태였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도 협조를 당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비영리 기독교단체인 국제위기컨설팅(CCI)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CCI 공동 설립자인 밥 클람즈는 24년간 미국의 수사기관에 근무하면서 100여 차례 국제 인질 협상을 수행한 인물이다.
클람즈는 “한국과 미국 시민이 함께 납치된 사례는 없기 때문에 복잡할 수 있지만 불행 중 다행인 건 아이티 갱단의 피랍 이유는 몸값이라는 점”이라며 “지난 6개월간 아이티에서 지불한 평균 몸값은 5000~1만 달러”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도 아이티에는 150여개 무장 범죄조직이 활동하며 이들의 주 수입원은 몸값이라고 파악했다.
CMT는 각자의 위치에서 필요한 업무를 수행했다. 아선협 회장인 A선교사는 미국 수사기관의 위기대응팀, 아이티 경찰청 협상팀에 합류해 납치단체와 협상에 나섰다. 위기관리재단은 국내외 언론보도를 막고 정부와 정보를 교환했다. 그사이 납치된 선교사 가족과 지인은 몸값을 마련했다.
김 총장은 “아프간 사태는 한국사회와 교회, 선교계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한국교회는 어떤 준비도 돼 있지 않았고 재단은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세워졌다”면서 “모두가 협력해 16일 만에 피랍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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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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