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단식기도 참석한 목사 '강의 중단'…순복음대학원대학교 "안팎에서 항의 계속돼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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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교회 이규원 목사 교단 탈퇴 "오순절 운동 핵심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것"
이규원 목사는 '강의 중단' 이후 교단을 탈퇴했다. 순복음 교단이 중시하는 오순절 운동의 본질은 방언과 기적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규원 목사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기도를 했다. 세월호 기도회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자, 순복음대학원대학교 측은 '강의 중단' 조치를 취했다. 사진 제공 이규원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씨앗교회 이규원 목사는 10월 19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독인 릴레이 단식기도회에 참여했다. 청와대 앞에서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와 관련한 국회 국민 동의 청원을 요청했다. 당시(청원 12일째)만 해도 청원인은 2만 명대에 불과했지만, 10월 31일 10만 명에 도달했다. 한 달 안에 10만 명이 동의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청원안을 심사해야 한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신수동 측(유영희 총회장)이라는 보수 교단에 몸담고 있는 이규원 목사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부터 진상 규명을 외쳐 왔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 문제로 바라보는 일부 목사와 달리 이 목사는 생명의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참사를 지켜보면서 분노와 절망을 느꼈고, 기독교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생명을 지키자는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촛불 시위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세월호 진상 규명은 지지부진하다. 이 목사는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릴레이 단식기도에 함께했다. 24시간 단식기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 휴대폰이 울렸다. 이 목사는 교단이 운영하는 순복음대학원대학교(서안식 총장)에서 강의를 맡고 있었는데, 강의를 중단해 달라는 통보였다.
이규원 목사는 11월 2일 기자와 만나 "전 아무개 교무처장 전화였다. '몸이 아프거나 다른 이유로 휴강했다면 좋았을 텐데, 세월호 단식을 위해 빠진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남은 강의를 중단해 달라'고 통보하더라. 헛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고픈 말은 있었지만 이 목사는 그냥 "알겠다"고 답했다.
이 목사는 2012년부터 순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강의해 왔다. 학교 요청에 따라 순복음총회신학교와 순복음대학원대학교를 오가며 히브리어, 예배학, 성경배경학 등을 가르쳤다.
'세월호 기도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강사 자리에서 쫓겨났지만 미련은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강의도 학교에서 먼저 해 달라고 요청해 온 것이다. 건강이 안 좋은 때를 제외하고 빠지지 않고 해 왔다. 그런데 딱 하루 세월호 기도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강의에서 배제할 일인가 싶다. 갑자기 휴강한 것도 아니다. 평소처럼 휴강하겠다고 전날 미리 공지했다. 학교가 이렇게 완강하게 나와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규원 목사의 강의 중단 소식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빈축을 샀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학생들을 언급하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전 교무처장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목사가 본인 페이스북에 (세월호 단식) 사진을 올렸나 보더라. '강의해야 할 사람이 세월호 기도회에 가 있다', '다른 날도 아니고 수업이 있는 월요일에 갔다'며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전 처장은 휴강 자체가 문제일 뿐 세월호 단식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세월호 기도회에 간 게 문제가 아니다. 수업을 듣는 목사들은 월요일만 시간이 된다. 하필 대면 수업을 하기로 한 날 휴강해서 문제가 커졌다. 학생들 말고도 외부에서도 항의가 계속돼 내가 (강의 중단)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일각의 주장처럼 '해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 처장은 "정규 학교 교수라면 해직이 맞겠지만, 우리 학교 강사들은 재능 기부에 해당한다. 학교가 강사료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봉사 차원에 하는 것이다. 정식 학교처럼 계약서를 쓰지도 않았다. 이걸 해직이라고 표현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교단 총회 임원회에도 보고됐다. 유영희 총회장은 이규원 목사 강의가 중단된 일이 크게 문제 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잠시 쉬었다가 복귀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유 총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목사는) 내가 추천한 사람이기도 하다. 대학원생들이 좀 까다로운 면이 있다. 잠깐 쉬었다가 다음 학기에 돌아오면 된다"고 말했다.
이규원 목사가 성전을 '예배당' 또는 '교회당'으로 표현하고, 교회 건물을 내놓고 교인들에게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바람에 교단 지도부의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도 퍼졌다. 이와 관련해 유영희 총회장은 "임원회에서 (기본 소득 지급을) 잘했다고 한 사람도 있고, 교회가 없어지면 돌아갈 데가 없지 않느냐고 한 사람도 있었다. 여러 말이 나온 건 사실이지만, 이런 걸로 시비하거나 치리하면 남아날 사람이 있겠느냐"며, 이규원 목사가 이 이유 때문에 징계를 받은 건 아니라고 했다.
총회 서기 허중범 목사는 "총회 임원회가 좋다 나쁘다 판단할 사유는 아니다. 성전을 예배당으로 표현한 게 누구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다.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한 말이 와전된 것 같다. 교단에 악영향을 끼친 것도 아니어서 의제로 다룬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규원 목사는 학교와 교단 측 해명이 궁색하다고 비판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도 월요일에 휴강한 사례가 있고, 문제가 있다면 학기 말 교수 평가에 반영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어느 학교가 휴강 한번 했다고 도중에 강사를 교체할까 싶다. 학기 말에 교수 평가를 통해서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해명이 궁색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교인 헌금 카지노에서 쓴 건 괜찮고
약자들 편에 서는 건 문제 삼아
'공적 가치' 추구하는 교단 세울 것"
기하성 신수동 측은 교단 공금을 카지노에서 탕진한 박성배 목사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규원 목사가 시무하는 씨앗교회는 11월 1일 공동의회를 열고 교단을 탈퇴하기로 결의했다. 씨앗교회는 이 목사가 2012년 개척했다. 올해 8월 예배당 보증금을 빼서 교인들에게 기본 소득을 나눠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계 안팎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했다.
이 목사는 교단 탈퇴 이유와 관련해 "순복음은 오순절 운동 전통을 따른다. 오순절의 핵심은 방언이나 기적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다. 과연 지금 순복음은 이 핵심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복음 교단의 정통성을 자처하는 신수동 측마저 세월호를 빌미로 강의를 못 하게 하지 않나. 교인들이 낸 헌금으로 카지노에서 수십억 넘게 쓴 건 괜찮고, 약자들 편에 서니까 문제 삼는다.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오순절 운동의 본질은 약자들 편에 서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규원 목사는 "우리 신앙인은 법률가나 정치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안 된다. 가난하고 힘없고 소외된 이웃을 하나님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대해야 한다. 요즘 이슈인 성소수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규원 목사는 한국교회에는 대안적인 교단이 없다면서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새로운 교단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성 교단에서 쫓겨났거나 실망감을 안고 뛰쳐나온 신학생·목회자·신학자·교인의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한국교회에는 수백 개가 넘는 교단이 있고, 그중에는 개혁을 외치며 나왔다가 기성 교단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지는 곳도 있다. 이 목사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규원 목사는 "실패하더라도 계속 시도해야 정반합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희망이 없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뉴스앤조이>가 아무리 기사를 써도 교계 문제는 반복해서 터져 나오지 않는가.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고민하면서 보도하는 것 아닌가. 마찬가지로 끊이지 않고 대안을 찾아 나가다 보면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교단이 언젠가는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권력과 물질을 사유화하는 교단이 아니라, 약자와 생명을 중시하는 공적 교단이 필요한 시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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