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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 사태, 이미지 너머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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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뉴스M| 작성일2021-09-17 | 조회조회수 : 2,3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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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대담] 아프간 사태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뉴스M=마이클 오 기자] 급속도로 진행된 탈레반의 아프간 탈환 소식에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생사를 건 탈출행렬과 환호하는 탈레반군 등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이미지와 영상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들의 마음마저 졸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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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온 탈레반(CNN)
     


    복잡한 상황과 이미지만큼 반응도 제각각이다. 미국의 실패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무너진 아프간 정권의 무능을 비판하기도 한다. 탈레반과 이슬람을 싸잡아 혐오를 퍼트리는 이들도 있다. 자극적인 이미지와 영상과 함께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 뉴스가 한몫을 하고 있다.


    혼란은 아프간 현지 뿐만 아니라 상황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도 자리 잡고 있다.


    [뉴스엠]은 이번 아프간 사태에 바라보며 보다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3명의 전문가와 함께 대담을 나누었다. 과연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지점은 무엇이며, 쏟아지는 미디어와 정보의 홍수 가운데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대담은 요르단과 이집트를 비롯하여 중동 각지에서 선교 및 현지 통신원으로 활동한 김동문 선교사, 국제 관계학 및 정치학 전문가 안태형 박사, 정의 평화 운동단체인 아시안화해평화사역 허현 대표가 참여했다.


    아프간 사태, 그리고 이미지


    사회자: 아프간 사태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미디어와 개인 사회 관계망을 통해 수많은 이미지가 쏟아졌다. 현지의 가슴 아픈 장면뿐만 아니라 분노와 우려를 일으키는 모습도 많이 있었다. 이런 이미지나 사태 자체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다.


    허현: 아프간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이들이 겪어온 역사를 보면 너무나도 불쌍하다. 19, 20세기를 걸쳐오면서 영국과 러시아를 비롯하여 제국주의의 침략을 겪고, 이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끊임없는 외세의 영향 아래 내전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기만의 사회 형성과 개발의 여지는 사라지고, 일종의 정신적 제노사이드를 겪게 된 거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의 군대가 무능하여 일어난 비극이라는 비판이 과연 타당한 것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2002년 다큐멘터리 “탈레반 붕괴 100일, 부르카를 벗는 아프간 여인들”에서 어린아이들이 발목 지뢰를 집안에다 몰래 옮겨놓는 장면이 기억난다.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위험한 물건을 가져왔냐고 물으니 반찬통(도시락)인 줄 알았다고 한다. 전쟁이 남긴 폐허 위에 살아가야 하는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생명을 앗아갈 지뢰를 도시락으로 오인할 만큼 극심한 트라우마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상황 가운데 나 자신을 집어넣지 않는 한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실제로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우리도 어쩌면 제국(주의)적 시각에 갇혀 참혹한 실상을 못 깨달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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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문 선교사 (뉴스엠)


    김동문: 과거 탈레반 치하 아프간에서 선교하는 동료가 전한 말이 기억난다. 어쨌든 탈레반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통치 기구를 통해 국민들을 위한 활동이 행해졌다고 한다. 의료 선교를 하는 동료도 이들과 협의를 통해 일정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이 들어오면서 이런 시스템은 사라지고, 기존의 통치 체제에서 전시 체제로 전환됐다. 사회 전체가 내전 상태로 빠지면서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들어간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은 부르카의 이미지다. 흔히 부르카를 이슬람권에서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때 부르카는 외세에 짓밟힌 국가의 정체성과 자아를 표현하는 저항의 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했다는 사실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랍 여성 운동가들이 자발적으로 히잡을 착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분명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지만, 우리가 탈레반이나 이슬람 전체를 바라보는 방식이 너무 일방적이고 단순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아랍 지역 개방화 물결 속에 이런 자유를 찬양하고 누렸던 사람들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었다. 과연 동일한 자유와 평등이 서민과 대다수 민중들에게도 적용되었을지 질문해봐야 한다.


    부르카의 이미지가 작동하는 방식만 봐도, 우리는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이미지와 이야기가 얼마나 다층적이고 유동적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이런 이미지와 이야기를 소비하는 방식에 합당한 신중함이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부르카가 지닌 다층적인 이미지를 배제하고 최악의 이미지만 읊조리는 현상은, 이번 아프간 사태와 이슬람 전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안태형: 전적으로 동의한다. 탈레반이 내전 게릴라로서 활동할 때와 통치 주체로서 나설 때와는 분명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들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저항과 투쟁이 아니라 통치와 안정을 위해서라도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 정립도 필수적일 것이다.


    미디어에서 쏟아지고 있는 이미지를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이미지를 누구의 시각에서 다가온 것이고, 또 누구의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예를 들어 아프간 전쟁 가운데 미국은 주로 폭격기나 드론 등을 이용한 공중전을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과 특히 노약자가 희생됐다. 하지만 기존 미디어에서 이런 모습을 담은 이미지는 희박했고, 이들의 희생은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은 어떤가? 공포스런 탈레반군의 모습과 함께  두려움에 떠는 아프간 사람들의 이미지로 도배되고 있다.


    수많은 약자의 죽음과 두려움을 양산하는 전시 상황 가운데 미디어가 전달하는 이미지는 매우 선택적이고 전략적이다. 모든 희생은 분명 주목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디어가 쏟아내는 이미지는 과연 그런가? 그저 계산된 자극은 아닐까? 이미지 자체가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단편적인 이미지 소비를 넘어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시각에서 사태를 봐야 한다. 아프간이란 국가 자체가 제국주의의 유산이다. 아프리카 분할처럼 아프간도 다양한 부족을 제국의 이익에 맞게 분할했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다. 이런 문제는 근본적 해결 없이는 끊임없이 되풀이 될 것이다.


    미디어가 쏟아내는 이미지나 그것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시선 모두 제국주의적 틀에 여전히 묶여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지는 사태를 단순화시킨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물론 탈레반 정권의 폭력과 억압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들이 ISIS과 같은가? 혹은 전체 이슬람은 탈레반과 같은가? 자칫 이미지에 경도되다 보면 이런 차이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이런 무감각은 무조건적인 혐오와 폭력의 가장 좋은 자양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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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뉴스로 판명된 아프간 여인 처형 장면 (India Today)


    사회자: 이미지뿐만 아니라 쏟아지는 영상과 가짜 뉴스, 어떻게 보아야 하나?


    김동문: 미디어에서 나오고 있는 처형 동영상은 대부분 가짜다. 아프간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라, 예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촬영된 동영상이 재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와 영상이 현재 아프간 영상으로 둔갑하여 폭스 뉴스 같은 주류 미디어에 등장하고, 다시 한국 언론들은 이를 사실 확인도 없이 그대로 가져온다.


    허현: 색출해서 처형하는 장면도 많이 있는데, 이것도 다 가짜인가? 심지어는 현지에서 전달된 영상이라든지, 유명한 미국 선교사가 전달했다는 영상도 있다.


    안태형: 그런 일들이 현재 자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동문 선교사가 지적한 데로, 적어도 현재 이런 일들이 자행되는 근거로 제시하는 사진이나 자료들은 조작되었거나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


    김동문: 문제는 이런 사진과 영상 자료가 전달되는 방식과 프레임이다. 이미 수년 동안 성행된 것이다. 현장의 상황과 전혀 관계없는 자료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처럼 제목을 달고 나오고, 자극적인 이야기도 함께 전달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왜곡되고 거짓된 이미지와 영상을 유통하는 방식은 곧 그것들이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도 의심하게 할 수 밖에 없다.


    중동 지역과 이슬람 문화권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자료에 나오는 인물과 행동이 현재의 사건과 관계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안태형: 현지 상황에 대한 미디어의 이미지는 분명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왜곡과 과장을 포함하고 있다. 아마도 현재 상황은 일제 패망 이후 한반도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의 패전 이후 전국 각지에서 친일파 숙청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한반도 전체를 뒤덮었던 현상은 아니었다. 탈레반 처형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 어느 정도는 처형이나 보복성 린치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의 과장과 왜곡만큼이나 탈레반의 주장도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정치적 과장이나 이미지 메이킹은 그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니 말이다.


    김동문: 탈레반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었을 수도 있다. 특히 탈레반이 일사불란한 중앙 집권 시스템 있을 거라는 것은 착각이다. 현재 아프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중앙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지역적 약탈 등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전치 체제 20년이 지속한 후 일어나고 있는 혼돈 상황이다.


    허현: 어쨌든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탈레반의 이미지는 정당한 정권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 있는 것 같다.


    김동문: 그럴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디어가 이용하는 프레임은 종교적으로는 탈레반의 기독교인 학살, 정치적으로는 바이든 정부의 실정 혹은 실패, 인권적으로는 선량한 아프간 양민 학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 모든 프레임이 결국 탈레반 정부와 이슬람을 향한 혐오와 바이든 정부를 겨냥한 비판으로 귀결된다.


    안태형: 결국, 이 이미지와 이야기들은 선악의 프레임에 짜 맞추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선의 중심은 정의의 사도로서 미국, 악은 탈레반을 중심으로 하는 이슬람 세계 전체일 것이다.


    미국과 탈레반: 선과 악의 대결?


    사회자: 탈레반의 아프간 탈환, 악의 승리인가? 정의의 실패인가? 선악의 구별은 정당한가?


    안태형: 극히 일부분의 현상이긴 하지만 한국의 한 단체에서 탈레반의 카불 입성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을 봤다. 제국주의에 대한 민중의 승리로 본 것이다. 사태의 다양한 층위를 무시하고 이분법적 사고에 빠진 전형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흔한 시각은 미국을 정의와 선으로 그리고 탈레반을 악의 화신으로 바라보고, 이번 아프간 사태를 악의 득세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이 역시 같은 종류의 오류라고 생각한다. 선과 악의 단순한 구분으로는 사태를 포착하기는커녕, 오해와 억측에 빠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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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태형 박사(뉴스엠)


    허현: 미국의 피스메이킹 접근법은 스테이트 빌딩(State Building)이다. 바이든 역시 평화적 민주적 시장 주도적 스테이트 빌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런 접근법은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합리적이고, 일면 실질적인 효과도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런 접근법이 현지의 다양하고도 고유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상황을 고려한 것일까 질문해봐야 한다. 여전히 제국주의적 관점에서의 평화, 실제로는 아프간 사람들의 실존과 역사적 문제를 무시한 제국적 평화가 아닐까?


    일제 식민지 이후에 한반도 상황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제 패망 후 한반도 패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친일파를 등용해 새로운 국가를 세웠다. 이런 제국적 이해에 맞춘 평화는 결국 한반도 분단과 역사 청산 실패라는 문제를 만들어내고, 오늘날까지도 갈등과 비극 그리고 고질적인 부조리로 이어지고 있다.


    안태형: 미국식의 스테이트 빌딩 전략은 유효하지도 않다. 아프간뿐만 아니라 과거 베트남과 이라크와 한국까지 이런 전략이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미국적 가치가 보편적이라는 착각과 환상에 빠져, 일방적 스테이트 빌딩 전략을 밀어붙이다가 계속된 실패와 문제를 만들고 있다.


    아프간 사태와 기독교 선교


    이런 관점에서 이번 아프간 사태를 바라보면, 과연 선과 악의 구분이 유효한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가치와 관점이 보편적인 것이라고 맹신하는 제국주의적 자세는 기독교 선교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 아닌가 싶다. 탈레반을 통과하여 더욱 넓은 이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적대와 맞물려있기도 하다.


    허현: 샘물교회 사태나 인터콥의 선교 방식 등 한국 선교 역시 이런 제국주의적 관점에 물들어 있기는 마찬가지 인 거 같다.


    김동문: 앞서도 말했지만, 아프간발 가짜 뉴스를 소비하는 층은 주로 바이든 비판 세력, 이슬람 혐오 집단, 그리고 일부 선교 집단들이다. 특히 2004~5년경 이라크 전쟁과 맞물려 이슬람권을 향한 선교 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 가운데 노골적인 이슬람 붕괴를 부르짖는 단체가 상당수 있었다. 이들은 이라크 침공을 결정한 당시 대통령 부시를 다윗에 비교하고, 이슬람 선교의 빗장을 열었다고 생각했다. 다분히 정복 주의적 혹은 제국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런 식의 제국주의적 선교는 여전하다.


    안태형: 질문이 생긴다. 선교 사역이란 것이 결국 대상 지역의 종교와 사회 그리고 역사를 변화시키겠다는 열망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선교 대상, 즉 현지인을 향한 대상화는 필연적인 결과가 아닐까? 이런 선교 개념 자체가 이미 현지 문화와 전통 혹은 상황을 무시하고 짓밟는 계기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허현: 메노나이트 전통에서 이야기하는 선교가 이런 고민을 잘 담고 있다. 이들은 평화의 강조가 항상 선교와 함께 간다. 한가지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쁜 소식은 반드시 평화를 가져와야 하며 평화를 통해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공동체적 선교가 중심된 강조점이 된다. 현지 공동체에 들어가서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며 삶을 나누는 것, 그 자체가 선교라고 생각한다.


    김동문: 개인적으로 선교는 선한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무슬림에서 기독교인 된 사람들 가운데 민족성과 역사성을 잃어버린 사람이 많았다. 무슬림들은 이들이 영적 이스라엘인을 외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무감각한 모습을 보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곤 했다. 무슬림 눈에 비친 기독교인들은 역사도 민족도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세대주의에 찌들어 있는 현지 선교사들이 한몫을 한다. 가자지구 폭격이 일어나면, 이스라엘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한다.


    복음을 듣는 것은 목표가 되지 말아야 한다. 복음은 무슬림 기독교인 관계없이 억압 아닌 자유롭고 즐겁게 느낄 수 있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 복음은 추진하거나 강요해야 할 일이 아니다.


    한번은 시아파 지도자가 ‘기독교인이 왜 여기 와서 있냐?’고 묻더라. 그래서 (기독교인으로서) 미안함이 있어서 왔다고 했다. 기독교를 앞세우지도 않고, 하지만 정체성을 지우지도 않고 그저 살았다. 그저 지역 사회에 약한 자를 위해 헌신하며 같이 살았다.


    이런 방식은 특별한 선교 전략이나 방법이 아니라, 솔직한 한계의 인정과 존중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슬람 세계는 단일한 시각으로 쉽게 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속에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중첩되어 있고, 사람들의 삶과 상황도 그 이상으로 다채롭다.


    다시 말해 우리는 외부자 입장에서 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무시하고 이들을 단순화하거나 악마화하는 행태는 그 자체로 폭력이다.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이슬람 세계의 다층성을 인정하고 한 두 문장으로 치부하고 싶은 욕망을 극복할 때에 열릴 것이다.


    이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실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해석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가짜 뉴스가 기독교 영역에서 그토록 기승을 부리는 것도 자신이 접하는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 특정한 시각과 입장이 반영된 해석이며, 언제나 오류와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기독교 내부에 치열한 비판과 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 등 이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오히려 이슬람 사람의 입장에서 역 응시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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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현 대표 (뉴스엠)


    기독교인이 바라보아야 할 지점


    안태형: 전쟁으로 인한 피해자와 난민이 먼저다. 국적과 종교를 떠나 긍휼한 마음을 갖는 것이 기독교인의 기본자세가 아닐까 한다. 또한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더욱 깨어 있어야 한다. 단순히 감정적인 차원을 넘어 이런 비극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과 공부가 필요하다.


    허현: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생각한다. 아프간 전쟁은 미국 시민을 포함한 수많은 죽음을 만들었고, 천문학적인 돈도 들어갔다. 아프간 사람들 입장에서는 숫자도 파악되지 않는 희생을 치렀으며, 20년 동안 아픔과 상처가 지속했다. 전쟁을 선택한 결과다.


    사람들은 평화가 유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평화는 그 어떤 전쟁과 폭력보다 강하고 값지다. 전쟁이 이룰 수 없는 것, 그것이 결코 막을 수 없는 죽음을 이기고 생명을 지키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이라면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


    이 평화를 이루는 방법도 피스메이킹이어야 한다. 스테이트 빌딩 방식은 진정한 평화 구축의 방법이 아니다. 평화는 공존이기 때문이다. 공존을 위한 필수 요소, 상대방을 존중하고 서로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 필요한데, 많은 경우처럼 이번 사태도 결국 아프간에 대해 배우지도 존중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실패다.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시장주도 경제체제만 고집했기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다.


    무엇보다 평화에 대한 신념과 신학을 더욱 깊이 가져야 한다.


    김동문: 행위 주체자 중심의 선교가 없어져야 한다. 하나님 선교의 목격자로서 거듭나야 한다. 선교의 주체성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아프간 선교지로 바라보며 하나님 역할이 아닌 우리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수를 했다. 모든 민족과 족속 방언에서 함께 사는 것이다. 이웃 됨은 선택이나 전략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이 상황에서 추구해야 할 평화는 무엇일까? 국제 역학의 균형인가?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는가?


    안태형: 평화는 무엇인가 질문해봐야 한다. 정의 없는 평화가 과연 진정한 평화일까? 될 수 있을까? 권력의 균형과 갈등의 봉합 같은 소극적 평화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평화와 어떻게 다른 것인가?


    동시에 적극적이고 항구적인 평화 구축을 위해 소극적 평화의 가치도 중요하다. 소극적이고 과도기적 평화 구축 없이는 더욱 근본적인 평화에 이를 수 없다.


    김동문: 권력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평화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목소리 없는 자들의 평화가 더욱 근본적인 평화가 아닐까?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지는 평화 대신 정권 교체를 평화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 머리의 교체에만 집중한다. 다시 눈을 돌려 목소리 없는 이들과 함께 하는 평화, 그들이 더 수단과 대상이 아닌 평화의 주체이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


    안태형: 동의한다. 성경에도 예수를 오해했던 대다수의 사람이 꿈꾸었던 구원과 평화는 이런 식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예수만이 진정 인간에게,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 하는 구원과 평화를 꿈꾸었던 거 같다.


    허현: 세계를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서 있는 자리에서 평화의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 기독교인으로서 우리에게 이런 평화의 언어와 신학이 있냐는 것이다. 복음주의 교회만 보더라도 평화 신학이라고 불릴만한 신학이 빈약하기 짝이 없다. 개인적인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독교 공동체가 이런 고민과 연구를 함께 해나가야 한다.


    Michael Oh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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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 제10차 한인세계선교대회 7월8~11일 남가주사랑의교회서
      KCMUSA | 2024-04-10
      주제는 "예수, 구원의 그 이름!JESUS, No Other Name!"  KWMC 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 조용중 선교사)가 팬데믹 이후 새로운 전환기를 맞아 선교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자, "예수, 구원의 그 이름!JESUS, No Other Name!"을 …
    • 주일 쉬고 매장수 적은데도 KFC 이긴 이 치킨 식당
      국민일보 | 2024-04-10
      3대째 신앙으로 운영 ‘칙필레’ 매출 경신 치킨업계 매출 제치고, 맥도날드와 경쟁 주일마다 쉬며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는 기업 목표로 운영되는 미국 프랜차이즈 기업 칙필레(Chick-fil-A)가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경쟁이 치열한 패스트푸드업계에서 괄목할만 …
    • 연봉이 가장 높은 미국 10개 주는 어디?
      콜로라도타임즈 | 2024-04-10
       1위를 차지한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콜로라도는 8위, 1위는 매사추세츠주… 생명공학과 엔지니어링 종사자 많아미국에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도시를 생각해 볼 때 일반적으로 뉴욕시나 실리콘밸리와 같은 번화한 대도시를 떠올리게 된다.그러나 2023년 기준 노동통계국에 따…
    •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가 말하는 성경의 예언적 타임라인에서의 종말에 대한 오해
      크리스천포스트 | 2024-04-09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크리스천포스트와 인터뷰하는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 (사진: The Christian Post/Leah Klett) 전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달라스 퍼스트침례교회 담임 로버트 제프리스(Robert Jeffress) 목사가 기독교인들이 종말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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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 전문가가 밝히는 임사 체험의 공통점은?
      크리스천 포스트 | 2024-04-09
      (사진: iStock/bestdesigns) 존 버크(John Burke) 목사는 30년 넘게 수천 건의 임사 체험(NDE)을 연구한 결과, 이들 사이에서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종교적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성경의 하나님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모든 대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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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이크쉑 4월 매 주일마다 치킨 샌드위치 무료 제공....주일성수하는 칙필레 비웃나
      KCMUSA | 2024-04-08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쉐이크쉑(Shake Shack)이 직원들이 휴식과 예배 시간을 갖기 위해 주일에 문을 닫는 것으로 유명한 칙필에이(Chick-fil-A)를 겨냥해 이번 달 매주 주일마다 무료 치킨쉑 샌드위치를 제공하고 있다.쉐이크쉑(Shake Shack)의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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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T] 버니 샌더스 버몬트 사무실에 불을 지른 혐의 용의자 체포
      크리스천포스 | 2024-04-08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아이오와주)이 2024년 3월 7일 목요일 워싱턴 미 국회의사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앞두고 하원 의사당으로 걸어가면서 언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Jose Luis Magana/AP ) 미국 상원의원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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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부학장에 김남중 교수 임명
      KCMUSA | 2024-04-05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이하 클레어몬트)의 그랜트 J. 하기야 총장은 김남중 교수를 2024년 4월 15일부로 한인 신학생들을 위한 박사 프로그램들과 국제협력 담당 신임 부학장으로 임명했다. 김 교수는 신학대학원 교육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실천신학자로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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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카라과, 미국 선교단체 소속 목사 11명에게 돈세탁 '위장 혐의'로 유죄 판결
      Christian Post | 2024-04-04
      니카라과 검찰은 미국 시민권자 3명과 니카라과인 11명을 돈세탁 혐의로 기소했다 (사진: Mountain Gateway Ministries/ADF International) 니카라과 사법당국은 미국에 본부를 둔 마운틴 게이트웨이 미니스트리(Mountain Gateway…
    • 트럼프 바이든 '트랜스젠더 기념의 날'에 대응 '크리스천 기념의 날' 강력 추진
      크리스천 포스트 | 2024-04-04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화요일) 부활절인 주일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활절 일요일에 트랜스젠더 기념의 날(Trans Visibility Day)을 기념한 것에 대해 올해 선거일은 "크리스천 기념의 날(Christian Visibility Day)"로 간주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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