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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동체가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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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합감리교뉴스| 작성일2021-01-13 | 조회조회수 : 1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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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스의 로이드존스 설교 새롭게 읽기 중 "희망없는 세상에 유일한 희망”에서 캡처. 사진 출처,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편집자 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상용화 소식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하지만 이 감염병 대유행의 위협은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고, 바이러스가 완전히 퇴치되지 않는 한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연합감리교뉴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시대의 기독교 시리즈’를 매주 연재한다. 오늘은 그 다섯 번째로 권혁인 목사의 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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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권혁인 목사


"사람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난관의 존재가 아니라, 인생의 불가피한 난관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이는 베트남 전쟁의 포로 수감 생활 후 살아남은 미 해군 장교 짐 스톡데일(Jim Stockdale)이 남긴 말이다. 포로들을 통솔하면서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막연한 희망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빠진 포로들이 실망과 낙담을 반복하다 죽어갈 때, 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동시에 냉혹한 현실을 직시했다. 이렇게 굳은 신념을 가지고 비관적인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합리적인 낙관주의를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촉발된 팬데믹은 우리 삶의 많은 영역을 변화시키고 있다. 뉴노멀이라는 말이 귀에 익을 만큼,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삶의 양식이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기대를 하며 기다리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지난 몇 달간 낯선 상황에서 오는 공포를 체험한 이들에게는 염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은 팬데믹이란 전 지구적 현상이 불러온 새로운 삶의 환경이 우리에게 더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희망이나 불가능한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대신, 현실을 직시하며 낙관적인 미래를 만들어 가는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자세가 아닐까?


독일의 사회학자인 아르민 나세히(Armen Nassehi)는 미래에 관한 섣부른 전망에 경고하면서, 여러 사건에 엄청난 저항력을 가진 사회구조는 생각만큼 근본적인 변화를 크게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상 상황이 지나가면 일상의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가던 역사적 사례를 통해 나세히는 현재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세계화 그리고 신속하고 유기적인 사회시스템 등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금방 되돌아갈 것이라고 예견한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의 상황으로 인해, 보건 체계나  행정 시스템 등의 변화는 분명히 생겨날 것이다. 다만 위기 상황을 겪으며 체득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이루기에는 사회가 변하는 속도가 우리의 예측만큼 빠르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며, 다가올 미래의 뉴노멀이 지금과 전혀 이질적이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실 직시에 바탕을 둔 합리적 낙관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사태를 통해 체득한 교훈과 그로 인해 발생 가능한 변화는 무엇일까?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1986년 이후, 서구사회에서는 “위험사회”란 단어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대의 산업화가 지속적인 기술발전을 이루면서 통제할 수 없게 되고, 불확정적인 위험이 지배적인 사회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외부세계에서 오는 위험은 인간을 엄청난 공포의 상태로 몰아넣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흡연’보다 ‘바이러스’에 더 큰 두려움을 갖는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절대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스스로 통제하거나 확정할 수 없으며, 어디까지 그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에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더 큰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위험사회를 대표하는 몇 가지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특징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누구나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다는 ‘위험의 평등화’


둘째,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확산될 수 있다는 ‘위험의 전 지구화’


셋째,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개인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사회적 불평등에 따라 피해의 영향력도 달라질 수 있는 ‘위험의 불평등한 개인화’


넷째, 불확정적인 바이러스 앞에서 과학의 권위가 근거 없는 주장들에 의해 잠식되는 ‘위험의 우상화’


과거 우리는 스페인 독감을 비롯한 여러 ‘전염병의 위력’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처가 사회시스템을 변화시킬 정도로 거세지 않았고, 현재 미국 내에서의 ‘마스크’에 대한 적대감과 그에 대한 지리멸렬한 논쟁을 보면, 바이러스만 질긴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과학적인 편견이 위험 그 자체보다 더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위험의 신호들이 고스란히 사회적 변화를 이끌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정치철학자인 마이클 샌델이 공동체 정신을 주장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기적 자유주의가 극단적으로 커진 미국 사회에 더없이 필요한 정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미국을 절차적 공화국 단계라 지칭하며, 최종적 권위를 얻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국가와 공동체보다 우선시 되는 상태라고 보았다. 팬데믹이라는 예외적 상황에서도 통제를 거부하는 극단적 자유주의 옹호 현상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국가의 영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영향력도 마찬가지다. 효과적인 국가의 방역시스템과는 달리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탄받는 한국 교회에 대한 사회 공동체의 반응만 보아도 우리는 쉽게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팬데믹은 언젠가 분명히 종결될 것이다. 고로 그러한 희망을 품은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 문제는 철저히 개인화되어가는 사회현상이자 개인화의 방향이다.


책임이 없는 개인의 자유는 또 다른 위험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크며,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의 존재 이유가 더 분명해진 것처럼, 교회도 변화된 사회환경에 적응하려는 개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만한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개인화가 더 강화될 뉴노멀 환경에서도 교회가 공동체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공동선’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신앙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상으로의 복귀와 함께 기존의 교회도 결국 이전의 구조와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이다. 또한 뉴노멀 환경에 맞는 일부 시스템의 보완을 제외하면, 근본적인 방향과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사회 전반이 개인화되어감에 따라, 제도적 교회로부터의 이탈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도 늘어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공동선’이라는 기본적인 가치를 공동체의 일원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면, 어떤 변화의 시도도 희망적인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시대에 교회가 공동체로서의 분명한 가치와 존재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 한, 희망도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시대에 함께해야 할 공동체라는 희망을 주지 못하는 교회는 점차 설 땅을 잃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권혁인 목사(산타클라라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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