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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위치 : Home >> 칼럼 >> 윤석길의 신약산책 2017년 11월 20일 09:07 (LA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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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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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쉽지 않은 세상을 쉽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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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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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흔적없이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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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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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찌꺼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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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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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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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소승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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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도덕경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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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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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너희가 배부를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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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3
17:42:59
 

무위자연을 강조하는 도덕경을 읽다보면 노자의 사상을 속세를 초월한 것으로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이런 오해 때문에 도교에서 신비적인 주술이나 신선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도덕경은 실천적인 면도 많이 담고 있는 텍스트입니다. 그것이 바로 도덕경이 주는 묘미입니다. 


오늘 도덕경 12장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五色令人目盲(오색영인목맹)

五音令人耳聾(오음영인이농) 

五味令人口爽(오미영인구상)

馳騁 전獵令人心發狂(치빙전렵영인심발광)

難得之貨令人行妨(난득지화영인행방)

是以聖人爲腹不爲目(시성인인위복불위목)

故去彼取此(고거피취차)


“현란한 색깔은 눈을 멀게 하고

시끄러운 음악은 귀를 멀게 하네

과격한 스포츠(말을 달리며 들사냥질을 하는 것)는 마음을 미치게 만들며

비싼 보석은 행동을 어지럽게 만드네.

이 때문에 성인의 다스림은 배를 위하지 눈을 위하지 않네

그러므로 눈을 버리고 배를 취하네.“ (이석명의 백서 노자 번역을 따름)


맹목(여기서는 목맹으로 쓰였습니다)은 단순히 눈이 머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맹목적인 신앙’, ‘맹목적인 행동’ 등에 나타나듯이 정신적으로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정상적인 시력을 갖고 있다면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인해 제일 먼저 판단하게 됩니다. 그런 판단력을 잃었을 때 우리는 “눈에 뵈는 게 없다”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까? 불교에서도 인간이 진리를 찾아가는 앎(識)의 단계를 8단계로 구분하는 데 그중에서 제일 첫 번째 앎의 수단이 바로 안식(眼識)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보는 것”이지만 그것에만 의존하게 되면 곧 맹목이 되는 겁니다.


우리의 처음 죄도 이 안식으로부터 들어 왔습니다.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창세기 3:6)


시끄러운 음악(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주의와 주장은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귀를 멀게 만듭니다. 식탐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


곧 있으면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시작합니다. 우리는 4년 전 4강 신화를 만들어 내었던 그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하지만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입니다. 한 순간의 즐거움 속에서 괴로움을 떨쳐 내고 고민을 잊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끝난 후에는 고민과 싸우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현실로 빨리 돌아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승자의 노력을 칭찬해주고 패자에게 위로하는 마음까지 생기면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준 것입니다. 여기 만족하지 못하면 쓸데없는 민족주의와 집단적 광기가 생겨나게 됩니다. 유럽 축구경기장의 문제아들인 훌리건(hooligan)이 잘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나친 오락은 올바른 판단력을 상실하게 만듭니다. 우리 미주 교민들이 즐겨하는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넓은 땅에서 즐기는 골프가 얼마나 좋은 스포츠입니까? 그런데 때와 장소도 없이 헛손질로 스윙연습을 해대고 인생의 모든 목표가 골프에 있는 듯한 사람들을 보면 꼭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지나친 레저와 스포츠는 사람을 발광하게 만든다”


비싼 보석이나 얻기 어려운 재화가 우리 삶의 방향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것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 노자가 우리를 헷갈리게 합니다. 지금까지 보이는 모든 것, 맛보아 지는 것, 들리는 것 등에 현혹되지 말라고 해 놓고서는 마지막에 가서 배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배를 채우라는 말입니다.


무슨 의도일까요?


우리가 이렇게 세상에 머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은 차라리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라는 이야기입니다. 월드컵도 좋고 발전의 상징인 오색찬란한 네온사인도 좋고 넘실거리는 명품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아직 채우지 못한 배가 있다면 그것은 도(道)도 아니고 덕(德)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서양철학이나 신학에서는 오래전부터 praxis를 이야기해왔습니다. 실천이라는 의미도 되고 생각하는 행위라는 뜻도 됩니다. 진리에 도달하는 것은 이론(theory)뿐 아니라 실천도 가능하다는 데서부터 나온 개념입니다. 그것이 남미의 해방신학에서 꽃을 피운 적이 있습니다. 민중을 먹여야 한다는 해방신학이나 배를 채우라는 노자 사상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해방신학은 보이는 구조에 집착했습니다. 구조를 넘어서는 영성을 추구하는 데 실패했던 겁니다. 추상적 신학행위를 극복하는 데는 해방신학이 기여했지만 추상과 구상의 대립을 넘어서는데 실패함으로써 신학적 역동성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노자는 추상과 구상을 슬기롭게 극복합니다. 배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질서 안에서 물 흐르듯이 되기를 원합니다.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기를 원합니다. 주객의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주객의 조화 속에서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야고보서 말씀을 묵상합니다.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2:14-16)

5 계영배
김기대의 동양고전 읽기 →블로그가기
2006.05.10
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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